책이야기

부드러운 거리 - 거리를 바라보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일러스트

사용인2019. 8. 14. 16:19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한장의 카탈로그,
가끔 새 책을 사면, 카탈로그를 얻는다.
문득 "카탈로그를 보면서 순서대로 읽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추천도서 보다 카탈로그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단순한 생각 때문에 카탈로그에 있는 책을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오롯이 카탈로그만 보고 선택한 책이기 때문에, 책을 무엇으로 채웠는지는 알 수 없다. 미술에 관련된 것이라는 것 뿐이다.
그렇게 책을 펼쳤다. 목차도 머릿말도 지나쳤다.
가장 먼저, 신림역 근처 카페 창가에 앉으면 보이는 유리창 넘어 보이는 거리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리를 그린다.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거리를 그리는 이유가 아날까?
적당한 거리에서 그려나간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어떤 감정"
카페에 앉아 창밖 넘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때 느끼는 것이 아닐까?
타인을 지켜보기 위한 적당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렇게 거리의 사람들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그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추억들,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림의 선은 점점 더 구불구불하고 어눌해졌다" 처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서 간다. 삶에 목적지들을 치열한 곳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치열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 란 치열함이 사라진 "부드러움".
그것은 사람들의 치열한 표정들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바라보는 거리인 "부드러운 거리"가 아닐까?
표정들이 잘 보이지 않는 거리, 그래서 표정들이 무미건조하다. 

그런 고민들이 익숙한 거리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래서 일러스트가 사진과 다른 것, 모든 것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그리기 떄문에 상상력을 빼앗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다른 편안함으로 인도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면은 저자가 자신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곳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타인의 바라보는 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여행 일러스트 책들은 많이 읽었는데, 그것과 다른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여행 일러스트 책을 많이 읽어서
먼 곳,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거리를 그린 것에 익숙한 내 눈에는 익숙한 곳의 그림들이 오히려 낯설게 보였다.   
하지만, 카페에서 거리를 그리고 있는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책이었다.

ps. 거주자의 눈과 여행자의 눈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행자의 눈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그리지만 거주자는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여행자는 새로운 것을 찾고, 여행자는 뺄것을 찾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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